일본의 봄은 벚꽃과 함께 시작되지만, 그 끝자락에는 아이들을 위한 따뜻하고 의미 있는 날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어린이날(こどもの日)**입니다. 매년 5월 5일, 일본 전역은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행복을 기원하는 분위기로 가득 찹니다. 한국의 어린이날과 비슷하지만, 일본만의 독특한 전통과 문화가 녹아있는 이 날은 어떤 모습일까요?
1. 어린이날의 유래와 의미
일본의 어린이날은 원래 **“남자 아이의 날”**로 불리던 **단고노셋쿠(端午の節句)**에서 유래했습니다. 에도 시대부터 무사 계급에서 남자 아이의 건강과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축하하던 전통이었죠. 이후, 1948년,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남녀 구분 없이 모든 어린이의 행복을 기원하는 날로 제정되어 오늘날의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남자 아이를 중심으로 한 전통이 많이 남아 있어, 여자 아이를 위한 날인 **히나마츠리(3월 3일, 인형의 날)**과 함께 각각의 아이들을 위한 날로 구분되기도 합니다.
2. 상징적인 풍경: 고이노보리(鯉のぼり)
어린이날이 다가오면 일본 곳곳에서 하늘을 나는 잉어 모양의 깃발, 고이노보리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 고이노보리란?
잉어가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 용이 되었다는 중국의 전설에 착안해, 아이들이 역경을 딛고 강인하게 자라길 바라는 의미로 만든 전통 장식입니다.
• 구성
일반적으로 가장 큰 잉어는 아버지(검은색), 그 다음은 어머니(빨간색), 그 아래로는 **아이들(파란색, 초록색 등)**을 나타냅니다. 아이가 많을수록 잉어도 많아지죠.
• 풍경
집 앞이나 아파트 베란다에 매달거나, 지역 행사에서는 하천 위에 수십, 수백 개의 고이노보리를 띄워 장관을 이루기도 합니다.
3. 전통 음식: 단고와 카시와모치
어린이날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전통 과자입니다.
• 카시와모치(柏餅)
팥소나 미소된장을 넣은 찹쌀떡을 떡갈나무 잎으로 감싼 음식입니다. 떡갈나무 잎은 새싹이 나기 전까지 낙엽이 떨어지지 않아 가문이 끊기지 않는다는 의미로, 자손 번창과 건강한 성장을 상징합니다.
• 치마키(ちまき)
대나무 잎이나 갈대 잎으로 감싼 찹쌀떡으로, 주로 간사이 지역에서 많이 먹습니다. 방해와 재난을 막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4. 가정과 지역의 다양한 행사
• 가정에서는?
고이노보리를 걸고, **갑옷(요로이)**이나 무사 인형을 장식하기도 합니다. 이는 아이가 용감하고 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장식입니다. 요즘에는 ‘카부토(兜, 투구)’ 장식만 간단히 두는 가정도 많습니다.
• 지역 행사
많은 지자체나 쇼핑몰에서는 어린이날을 맞이해 스탬프 랠리, 전통놀이 체험, 고이노보리 만들기 등의 체험 행사를 진행합니다. 아이들에게는 하루 종일 신나게 놀 수 있는 기회가 되죠.
• 도서관, 박물관, 동물원 등도 무료 개방
어린이날을 맞아 일부 공공시설에서는 어린이나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무료 입장 혜택을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5. 선물 문화
한국처럼 ‘선물’을 주는 문화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대체로 실용적이고 교육적인 아이템을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 책이나 학용품
• 퍼즐, 보드게임
• 스포츠 용품
• 전통 장식품(카부토 미니어처 등)
특히 조부모들이 손주에게 전통 장식을 선물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의 어린이날은 단순한 휴일을 넘어, 가족이 함께 아이의 성장과 행복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고이노보리가 하늘을 수놓고, 카시와모치의 달콤함이 입 안 가득 번지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거리마다 울려 퍼지는 이 날은 전통의 의미와 현대의 즐거움이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5월의 일본을 방문해, 이 특별한 어린이날의 풍경을 직접 느껴보는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 합나다!
